국제협력
어떤 나라든지 보호무역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는 상대국에 손해를 끼치게 되므로 손해를 보는 상대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하면 두 나라 모두 후생 수준이 하락하게 된다. 최선의 정책은 모든 국가가 자유무역을 시행하는 것이지만, 보호무역의 유혹 때문에 개별 국가가 독자적으로 자유무역을 시행하기는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자유무역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하다.
1. 국제협력의 이익
게임이론에서 죄수의 딜레마로 알려진 관세전쟁의 문제를 이용해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해 보자. 두 나라가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이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표 안의 숫자로 표시되어 있다. 괄호 안에서 첫 번째 항은 자국의 이익이고, 두 번째 항은 타국의 이익이다. 개별 국가들이 어떤 무역정책을 채택하는 것이 최선인지 알아보자. 먼저 타국이 자유무역을 실시하는 경우, 자국이 자유무역을 채택하면 20, 보호무역을 채택하면 25의 이익을 얻으므로 자국은 보호무역을 선택한다. 그리고 타국이 보호무역을 실시하는 경우, 자국이 자유무역을 실시하면 5, 보호무역을 실시하면 10의 이익을 얻으므로 자국은 역시 보호무역을 선택한다. 결국 타국이 자유무역을 하든 보호무역을 하든 자국은 보호무역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다.
마찬가지로 타국도 자국이 자유무역을 실시하든, 보호무역을 실시하든 보호무역을 채택하는 것인 최선이다. 이처럼 두 나라가 각자 독립적으로 최선의 정책을 선택하면, 두 나라 모두 최선의 정책은 보호무역이 된다. 두 나라가 모두 보호무역을 하면 각각 10의 이익을 얻음에 비해, 두 나라 모두 자유무역을 하면 각각 20의 이익을 얻는다. 이처럼 보호무역보다는 자유무역에서 두 나라 모두 더 많은 이익을 얻는다. 보호무역을 하면 이익이 더 적음에도 불구하고 각국이 독립적으로 최선의 정책을 선택하면 보호무역을 선택하게 된다. 그래서 이를 딜레마라고 한다.
두 나라 모두 더 많은 이익을 얻는 자유무역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상호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다. 서로 협의를 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최선의 정책을 선택하면 보호 무역이 최선이지만, 두 국가가 서로 협의할 기회를 갖게 되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자유 무역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므로 자유무역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국제협력의 장을 제공할 수 있는 국제기구가 필요하게 된다. 국제협력은 무임승차자에게 이익을 주는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 국제협력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위반한 국가들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국제협력의 약속을 위반하는 국가들이 생겨난다. 그런데 이들 국가의 약속위반과 보호무역은 국제분업을 해치고 다른 국가에게 손해를 가져다준다. 따라서 비협조적 행위로부터 야기되는 시장의 불안정성을 제거하고 국제협력의 위반을 제재하기 위해서도 국제기구가 필요하다.
2. GATT와 무역확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각국은 자유무역 확대의 필요성을 인식하였다. 1930년대 대공항과 관세전쟁으로 국가 간 경제협력 없이는 세계경제가 침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서방 주요국들은 외교와 협상을 통해 모든 국가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국제기구를 만들고자 노력한 결과 IMF, IBRD, GATT가 설립되었다.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 : 국제통화기금)는 국제금융정책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였고, IBRD(International Bank for Reconstruction & Development : 국제부흥 개발은행)는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자본 대부 기능을 하였다. IBRD는 세계은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국제무역기구로는 ITO(international Trade Organization : 국제 무역 기구)를 만들고자 하였으나 미국 의회의 반대로 실패하였고, GATT(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가 이를 대신하였다. GATT는 조직체가 아니고 협정이었지만 사무국을 유지하고 있었고, 1995년 WTO가 창설되기 까지 국제무역기구의 역할을 담당하였다. GATT는 1948년 23개국에 의해 창립되었으며, 규제 없는 무역을 위한 협상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세계 무역의 확대에 기여하였다. GATT는 관세 인하와 무역장벽의 완화를 위해 딜론 라운드, 케네디 라운드, 동경 라운드, 우루과이라운드 등 8차의 다자간 무역협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다. 1964~1967년간의 케네디 라운드에서는 관세의 일괄인하를 타결함으로써 관세율이 평균 35%가 인하되었으며, 1976~1979년의 동경 라운드에서는 비관세장벽의 철폐를 위한 협정을 제정하였다. 1986~1994년의 우루과이라운드는 추가적인 33% 이상의 관세 인하는 물론 대폭적인 비관세장벽의 철폐와 함께 농산물, 서비스, 지적재산관, 직접투자 등을 새로운 의제로 추가하였다. GATT의 8번에 결친 다자간 협상의 결과, 1947년 1차 협상인 제네바 라운드 이전에 40% 수준이던 선진국의 평균 관세율이 제8차 협상인 우루과이라운드가 종료되었을 때는 4.3%로 인하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관세율은 자속적으로 낮아졌고, 무역과 경제성장은 확대되었다. 세계 각국은 자유로운 교역으로 경제가 성장함을 경험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GATT를 중심으로 한 다자간 협상이 성공을 거두었고 그 결과 자유무역이 확대되었다. 다자간 협상이 성공을 거두었고 그 결과 자유무역이 확대되었다. 다자간 협상의 성공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부분의 국가들이 역사적 경험을 통해 자유무역의 이익을 이해하고 있었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부터 무역장벽은 높아지기 시작하여 대공황을 전후로 극심한 관세정책을 경험하였다. 당시 국가 간 무역과 자본 거래가 위축되면서 모든 국가가 경기 침체의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경험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GATT설림과 자유무역 확대의 주요 계기가 되었다. 둘째,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합의 과정을 통해 점차 많은 국가가 무역의 이점을 이해하게 되었다. 협상에 의해 결정된 규칙을 지켜나가는 과정에서 무역의 이익을 경험하였고, 이 국가들이 추후 협상에서도 신뢰를 바탕으로 진전된 제도를 마련하면서 자유무역이 더욱 확대되었다. GATT를 중심으로 한 국제협력이 없었거나 협상에 참여한 국가들이 자기 이익만을 위해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면, 세계 무역의 지속적인 확대는 어려웠을 것이다.
3. 국제협력에 대한 마무리 멘트
1990년대 중반 이후 지역 무역협정(RTA)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GATT 체제인 1948~1994년의 46년 동안 124개의 FTA가 체결되었는데, 1995년 WTO 출범 이후 20년 동안에 400개가 넘는 FTA가 추가로 체결되었다. 죄수의 딜레마 문제를 극복하고, 국제협정의 공공재적 성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협력이 필요하고, 이러한 협력이 지속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국제기구로 GATT나 WTO가 설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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