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과 환경
자유무역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환경을 개선할까, 아니면 악화시킬까? 이 질문에 대한 확실한 답은 없다. 무역은 환경 개선에 도움을 줄 수도 있고, 반대로 악화시킬 수도 있다. 그 이유는 환경의 외부 효과 때문이다. 무역과 환경에 대하여 알아보자.
1. 환경의 외부성과 국제 협력
외부효과란 어떤 경제활동이 시장기구를 통하지 않고, 즉 대가의 교환 없이 무상으로 다른 경제 주체에게 비용이나 편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외부효과가 있으면 시장실패가 발생하므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 환경에는 외부 효과가 있으므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화학공장에서 배출되는 폐수로 인해 농사를 짓는 농민이 피해를 입을 경우, 정부는 폐수를 방출하는 공장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손해를 본 농민에게 보조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생산에서 일어나는 외부 비경제를 교정학 위한 이른바 세금, 보조금 정책이다. 외부성에 의한 가해자와 피해자를 확실하게 찾아낼 수 있다면, 세금 보조금의 정책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불특정 다수이고 그 외부성이 광범위하면 세금-보조금 정책을 시행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공업화에 따른 탄산가스의 배출로 대기가 오염되고 대기오염으로 질병이 발생할 경우, 대기오염 유발자를 식별해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대기를 오염시킨 생산자가 국내 생산자일 수도 있고, 인접 국가의 생산자일 수도 있고, 또 과거 생산 활동의 결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대기오염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히 밝혀지더라도 국적이 서로 다르면 조세-보조금 정책을 시행하기 쉽지 않다. 다른 국가의 기업에게 조세를 부과할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한 가지 방법은 환경을 오염시킨 정도에 따라 국가별로 그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총비용을 국가별로 적절하게 배분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는 공업화를 추진하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이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지만, 과거에는 선진국들이 공업화 과정에서 많은 오염을 발생시켰고 그 폐해가 현재까지 누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중 누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인가를 명확하게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산업화의 폐해를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협력이 필요하다. 1992년 체결된 UN의 기후변화 협약은 환경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협력이다. 그리고 EU도 환경기준을 정해서 가맹국에게 이를 강제화하고 있고, 또 NAFTA도 강력하지는 않지만 환경 문제를 모니터링하는 기구를 두고 있다. 지구의 환경문제 해결방안으로는 오염배출권을 각 국가에 배정한 후, 이 배출권을 국제적으로 거래하게 하는 배출권거래제 방식이 있다. 그런데 이 방식에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각 국가에 얼마만큼씩 배출권을 배당할 것인가를 합의하기가 어렵다. 공업화가 필요한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보다 더 많은 배출권 배당을 요구하고 있다. 배출권 배당에 관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협상이 필요한데 서로 견해가 달라서 이의 해결이 쉽지는 않다.
2. 환경과 무역정책
외부 경제가 있는 산업은 자유무역보다 정부 개입으로 후생 수준을 증가시킬 수 있다. 마찬가지로 어떤 재화의 생산이나 소비로부터 환경에 부정적인 외부성이 발생한다면, 정부 개입이 필요하게 된다. 예를 들어, 생산과정에서 폐수나 공기오염과 같은 공해물질이 배출되는 재화에 대해 정부 규제가 없다면, 과다 생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재화 생산에 부정적인 외부 경제가 있는 재화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여 생산량을 제한함으로써 과다 생산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이제 생산에 부정적인 외부 경제가 있는 재화의 자유무역이 후생 수준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자유무역은 수출국과 수입국 모두의 후생 수준을 증가시키지만, 외부 경제가 있는 재화의 자유무역에서는 수출국과 수입국의 후생 변화가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수출국은 공해물질 유발 재화를 더 많이 생산하게 되고, 수입국은 오염 발생 재화의 국내 생산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생산과정에서 폐수나 공기오염과 같은 공해물질을 배출하는 재화를 생각해보자. 이 재화는 환경오염재이므로 부정적인 외부 경제가 있다. 생산에 부정적 외부 경제가 있는 재화가 교역될 때 나타나는 수출국과 수입국의 후생 수준 변화이다. 사회적 한계비용은 사적비용보다 환경오염 비용만큼 더 크다. 자유무역의 일반적 후생 증가 효과보다 오염재 생산 증가로 인한 후생 감소분이 더 크면, 자유무역으로 수출국의 후생 수준이 감소할 수도 있다. 반면에 환경오염재의 수입국은 일반 재화의 무역에서보다 후생이 더 많이 증가한다. 환경오염재 수출국은 환경이 나빠져서 후생 감소 가능성이 있고, 환경오염재 수입국은 환경이 좋아지므로 일반 재화보다 후생이 더 증가한다. 대체로 경제성장을 목표로 하는 개발도상국은 공업화를 위해 환경규제가 강하지 않다. 이에 비해 선진국은 환경규제가 강한 편이다. 그래서 개발도상국들은 오염 집약적인 재화에 비교우위를 갖고, 선진국은 환경친화적인 재화에 비교우위를 갖게 된다. 자유무역을 하면 개발도상국에서는 환경오염재 생산이 증가하므로 환경이 더 악화되는 반면에 선진국은 환경오염재 생산이 줄어들므로 개방 이후 환경이 개선된다.
오염 배분의 관점에서 볼 때 자유무역은 개발도상국에 더 많은 오염을 발생하게 한다는 점에서 불공평하다.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에서 수입하는 환경친화적인 재화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환경오염재 생산에 세금을 부과하고 환경친화재 생산에 보조금을 지급하면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환경, 노동, 보건 등과 같은 대내적 목적으로 자유무역을 제한하는 것은 GATT 제20조의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난다. 따라서 환경문제와 관련된 자유무역 제한이 지구 전체의 오염 확산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연구가 필요하다. 환경오염재 무역은 수출국과 수입재의 환경변화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친다. 환경오염재 수출국의 환경은 나빠지고, 수입국의 환경은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자유무역으로 환경이 나빠지는 나라도 있고 좋아지는 나라도 있다. 또 환경문제는 한 국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중국의 공업화로 인해 발생한 미세먼지가 한국의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다. 한 국가의 환경 악화는 다른 국가의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제적 공조와 협력이 필요하다.
3. 환경과 경제성장
경제학에서 사용하고 있는 생산함수나 효용 함수는 자연자원이나 환경의 문제를 명시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다. 원유, 석탄, 천연가스 및 수자원 등의 자연자원도 재화 생산의 투입요소로 필요하고, 깨끗하고 오염되지 않은 공기와 물도 소비자의 효용에 필수적이다. 자연자원이 무한히 풍부하고, 오염되지 않은 환경을 비용 없이 누릴 수 있다면, 자원고갈이나 환경오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산업화로 인해 깨끗한 물이 부족하게 되고 대기가 오염되며 자원이 고갈되어 가는 현실에서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환경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환경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오염된 환경은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복원력이 있다고 자연과학자들은 지적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어느 임계점을 넘어 서면 훼손된 자연의 회복이 어려워진다. 그 임계점이 어디인지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단지, 미래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는 미래 자연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달려있다. 이 평가는 사회적 할인율에 의해 결정된다. 사회적 할인율의 크기에 따라 지속성장을 위한 정책방향이 정해진다.
경제성장은 현재의 소비를 높일 수 있으나, 과도하면 미래의 자원과 환경을 해침으로써 지속성장을 제한한다. 그런데 소득 수준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환경이 개선되므로 지속성장이 가능하다는 반론이 있다. 이는 소득과 환격이 역-U자의 관계에 있다는 환경 쿠츠네츠 곡선에 근거하고 있다. 환경 쿠츠네츠 곡선에서 보면 경제성장 초기에는 소득 증가에 따라 환경이 점차 나빠지지만,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소득 증가에 따라 환경이 점차 개선된다. 경제발전 추기에는 공업화가 진전될수록 환경이 악화되어 가지만, 경제발전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산업구조나 생산방식이 좀 더 환경 친화적으로 바뀌어가면서 환경이 개선되어 간다는 것이다.
산업구조의 변화가 환경 개선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농업에서 제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환경오염이 증가한다. 그런데 이후 다기 경제가 성장해 가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산업구조가 바뀌고, 또 제조업 중에서도 공해발생이 낮은 제품으로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환경이 개선되어 간다. 경제성장으로 말미암아 자연자원이 고갈되고 환경이 오염되기는 하나, 소득이 증가하면서 청정 재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 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 환경 쿠츠네츠 환경이 개선되어 간다면, 개발도상국의 성장이 환경문제 때문에 제약받지는 않을 것이다. 또 경제성장에 따라 청정기술의 개발이 증가한다면, 성장은 환경개선에 도움을 주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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