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과 상대 가격 그리고 외환시장
환율 변화는 수출재와 수입재의 가격은 물론 해외여행, 자본이동 등 외국과의 모든 경제적 거래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외환은 일종의 자산이므로 외환의 가격인 환율도 자산 가격 결정 원리에 따라 결정된다. 그리고 물가변동, 거시경제정책, 국제 수지,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환율은 변동하게 된다. 그러면, 환율은 무엇이고, 외환시장의 역할은 어떤지 알아보자.
1. 환율의 정의
국가마다 서로 다른 화폐단위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화폐단위는 원이고, 미국은 달러, 일본은 엔, 중국은 위안이고, 영국은 파운드,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통화동맹 국가들은 유로를 화폐단위로 사용하고 있다. 환율은 외국통화와 국내 통화와의 교환비율을 말하며, 보통 환율은 외국 화폐 한 단위와 교환되는 국내 화폐의 양으로 표시한다. 달러화의 환율이 1,000이라면 미국 1달러를 구입하는데, 1,000원을 지불해야 함을 의미한다. 또 일본 엔화의 환율이 10이라면, 일본 화폐 1엔을 구입하는데 10원이 필요함을 나타낸다. 환율은 외국 화폐의 가격이다. 환율 상승은 외국 화폐가치가 올라가고 우리 화폐가치는 하락함을 뜻한다. 환율 상승은 우리 화폐가치가 하락했음을 뜻하므로 가치 하락, 평가절하라고 하고, 환율 하락은 우리 화폐가치가 상승했음을 뜻하므로 가치 상승 또는 평가절상으로 표현한다. 고정환율제도에서는 정부의 정책에 의해 환율이 인위적으로 변동한다는 점에서 환율 변화를 평가절하와 평가절상으로 표현하고, 변동환율제도에서는 환율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변동한다는 점에서 환율 변화를 환율 상승과 환율 하락으로 표현한다. 환율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자국의 화폐가치가 올라가면, 반대로 상대국의 화폐가치는 반드시 하락한다.
2. 수출재와 수입재의 가격
외국 화폐로 표시된 수입재 가격은 환율을 통해 국내 화폐로 전환된다. 예를 들어, 3만 달러짜리 미국산 자동차를 수입한다고 하자. 미국 달러의 환율은 1,000원이면, 이 자동차의 한국 내 가격은 3,000만 원이 된다. 그런데 환율이 1,100원으로 올라가면 이 자동차의 한국 수입 가격은 3,300만 원으로 올라가고, 반대로 환율이 900원으로 내려가면 이 자동차의 한국 내 수입 가격은 2,700만 원으로 내려간다. 이처럼 환율이 올라가면 수입재의 국내 가격도 올라가고, 환율이 내려가면 수입재의 국내 가격도 내려간다. 수출에 대한 예를 들면, 2천만 원짜리 한국산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한다고 하자. 환율이 1,000원이면 미국 내 가격이 2만 달러가 된다. 그런데 환율이 900원으로 내려가면 미국 내 가격이 22,222달러로 올라가고, 환율이 1,100원으로 올라가면 미국 내 가격이 18,182달러로 내려간다. 이처럼 환율이 올라가면 한국 수출재의 외화표시 가격은 내려가고, 환율이 내려가면 한국 수출재의 외화표시 가격은 올라간다.
상대 가격은 원화를 기준으로 하든지 달러를 기준으로 하든지 그 값이 같다. 이 식으로부터 두 나라의 제품 가격이 변하지 않더라도 환율이 변하면 수입재와 수출재의 상대 가격이 변함을 알 수 있다. 환율이 올라가면 수입재의 상대 가격이 올라가고, 반대로 환율이 내려가면 수입재의 상대 가격이 내려간다.
3. 외환시장의 기능과 환율
외환시장은 외국통화의 매매가 이루어지는 시장이다. 외환거래는 런던, 뉴욕, 도쿄 등 주요 도시의 금융센터에서 이루어진다. 세계 곳곳의 금융센터 간에는 전산망이 연결되어 있고 전산망을 통해 외환거래가 이루어지므로 사람들은 24시간 내내 외환거래를 할 수 있다. 세계 전체적으로 외환거래 규모는 매우 크고,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 통계에 의하면, 하루 외환 거래량은 1998년 1.7조 달러에서 2013년에는 5.3조 달러로 15년간에 약 3배로 증가하였다. 외환시장의 참여자는 은행, 기업, 개인 그리고 중앙은행 등인데, 은행의 거래비중이 90% 이상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람들이 외국 여행을 할 때, 국내 기업이 외국 제품을 수입할 때, 또는 기업이 외국에 투자를 할 때 외국통화에 대한 수요가 발생한다. 한편 외국통화의 공급은 외국인 여행자의 지출에 의해서, 수출에 의한 외화획득에 의해서, 그리고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 투자를 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이러한 외국통화의 수요와 공급은 은행에서 청산된다. 예를 들어, 미국을 여행하기 위해 사람들은 은행에서 원화를 주고 달러를 사고, 외국 여행자들은 은행에 달러를 팔아 원화를 산다. 이처럼 은행은 외국통화의 수요와 공급에 관한 청산소 역할을 한다. 은행들은 날마다 그들의 고객인 개인이나 기업의 외환거래를 충족시키기 위해 외환시장에 참여한다. 만일 외국통화를 과다 보유하고 있으면 이를 외국의 은행에 팔고, 외국통화가 부족하면 외국의 은행에서 이를 구입한다. 이처럼 은행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외국통화 거래를 은행 간 거래라고 하는데, 이 거래가 외환시장 거래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외환 중개인은 중개수수료를 받고 은행 간 거래를 중개해 준다. 외환거래를 하는 은행들은 외환 매매차익을 얻고자 하지만, 전 세계 외환시장에서 시시각각으로 형성되고 있는 최적 매도 가격 및 매수 가격을 파악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따라서 은행들은 일정 금액의 중개수수료를 지불하고 중개회사를 이용하여 외환 매매거래를 한다.
일국 국민의 외환 수요량은 외국인과의 거래에서 얻게 되는 외환 공급량으로 충당된다. 만일 외환 총수요량이 외환 총획득량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중앙은행이 그 차액을 조정해 주기도 한다. 즉 외환의 초과수요가 발생하면 중앙은행이 외환보규고에서 외환을 공급하고, 외환의 초과공급이 발생하면 중앙은행이 이를 자국 통화로 교환해준다. 전자의 경우에는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가 줄어들고, 후자의 경우에는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가 늘어난다. 그러나 이러한 중앙은행의 역할은 일시적이며, 장기적으로 외환의 초과수요나 초과공급이 발생하면 자국 통화와 외국통화의 교환비율인 환율이 변하여 외환에 대한 수요과 공급이 일치하게 된다.
상이한 금융센터에서 두 통화 사이의 환율은 중재를 통하여 같아지게 된다. 중재란 통화가치가 낮은 금융센터에서 외환을 구입하여 이를 보다 비싼 금융센터에 되팔아 이익을 얻는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유로가 뉴욕에서 0.9유로/달러이고, 런던에서 0.8유로/달러라면, 뉴욕에서 100만 달러로 90만 유로를 구입하여 이를 즉시 런던에서 되팔면 112.5만 달러가 되므로 순식간에 12.5만 달러의 이익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뉴욕 시장에서는 달러의 공급이 늘어 동시에 유로의 수요가 증가하여 유로/달러 환율이 떨어지고, 런던시장에서는 달러의 수요가 늘어 동시에 유로의 공급이 증가하여 유로/달러 환율이 올라간다. 이러한 중재는 양 시장의 환율이 같아질 때까지 계속된다. 어떤 통화의 가치가 금융센터마다 다르면 중재에 의해 어디에서나 환율은 같아지게 된다. 앞의 예의 경우, 양 금융센터의 중재에 의한 새로운 유로/달러 환율은 0.8과 0.9 사이에서 결정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재는 각국 통화의 환율을 즉각적으로 균등화시키고, 모든 금융센터를 하나의 단일시장으로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세계 전체적으로 약 200여 개 국가가 있는데, 이들 국가의 통화들이 서로 직접적으로 교환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외환거래는 한 국가의 통화와 미국 달러(또는 유로)와의 교환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제3 국 통화의 환율은 달러를 매개로 하여 교환비가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원화와 태국 바트화의 환율은 이 두 화폐의 직접 교환에 의해 환율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원/달러 환율과 태국의 바트/달러 환율로부터 결정된다. 그 이유는 한국의 원화와 태국의 바트화를 직접 거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원화와 바트화의 교환비(환율) 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래가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달러를 매개로 하여 원화와 바트의 환율이 결정된다. 달러와 같이 외환거래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통화를 기축통화라고 한다. 각국 통화와 기축통화 사이의 환율이 결정되면, 제3국 간의 환율은 자동적으로 결정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원화와 미국 달러화 환율이 1달러=1,150원이고,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와 태국 바트화 간의 환율이 1달러 = 30바트 라고 하면, 원화와 태국 바트화의 환율은 연쇄방식에 의해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원/바트 환율 = 원/달러 환율 ÷ 바트/달러 환율 = 1,150 / 30 = 38.3]
즉, 원/바트 환율은 1바트 = 38.3원이 된다. 이처럼 원/달러 환율과 바트/달러 환율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계산된 원/바트 환율을 교차 환율이라고 한다,
4. 외환거래의 형태
현물 환거래는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거래를 말하며, 이 거래에 적용되는 환율을 현물환율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물 환거래에서도 결제가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고 계약 체결 후 2일 후에 현물이 결제된다. 이는 은행에서 결제시스템을 통해 결제를 종료하는 데는 2일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주요 통화의 경우 거의 실시간으로 결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선물 환거래는 일정량의 외환을 미래의 특정 시점에 거래계약 당시에 약정된 환율로 팔거나 사기로 하는 거래를 말하며, 이때 약정한 환율을 선물환율이라고 한다. 선물 환거래가 발생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한국의 어느 회사가 시계를 미국에 수출하고, 미국 수입상으로부터 30일 후 시계값으로 100달러를 받기로 계약을 했다고 하자. 현재의 환율이 1,000원이라고 할 때 100달러는 10만 원인데, 30일 후 환율이 900원으로 하락하면 100달러는 9만 원이 된다. 따라서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업자는 1만 원의 손해를 본다. 이러한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수출업자는 수출과 동시에 선물환시장에서 100달러를 30일 후 1,000원에 거래하기로 협의하면, 30일 후에도 정확하게 1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선물거래를 이용하면 미래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예방할 수 있다. 선물 환거래의 특수한 형태인 차액결제 선물환은 일반 선물환과는 달리 만기에 차액만을 정산하는 것으로 주로 비거주자들이 국제화되지 않은 통화의 환위험 해지나 환투기를 목적으로 이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비거주자와 국내 외국환은행 간 NDF 거래가 허용되었고, 이후 거래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환율은 외환의 가격이다. 따라서 선물환율이 현물환율보다 높으면 선물환 가격이 현재 가격보다 높아진다는 점에서 선물환 할증이라고 하고, 선물환율이 현물환율보다 낮으면 선물환 가격이 현재 가격보다 낮아진다는 점에서 선물환 할인이라고 한다.
스왑이란 거래 쌍방이 미리 정한 계약조건에 따라 일정기간 동안 원금이나 이자 등을 서로 교환하는 거래를 말하는데, 외환거래와 관련해서는 외환스왑과 통화스왑이 있다.
외환스왑은 현물환 매일/선물환 매도 또는 현물환 매도/선물환 매입이 동시에 일어나는 거래로 통상 두 통화간의 자금조정을 위해 이루어진다. 통화스왑은 거래당사자가 보유하고 있는 이종 통화를 서로 바꾸어 사용하고 만기일에 원금을 다시 교환하는 거래다. 계약기간 중 이자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마다 서로 교환하고, 만기 시에는 원금을 계약 당시 약정된 환율로 반대거래를 하므로 환위험에 노출되지 않는다. 통화스왑은 외환스왑과 유사하나 주로 1년 이상의 장기거래에 이용되고, 원금과 함께 이자도 교환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통화선물은 약정일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외화를 사거나 파는 계약으로 일반적인 선물환 거래와는 달리 선물거래소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거래단위나 결제일 등 계약조건이 표준화되어 있고, 표준화된 조건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므로 거래의 유동성이 높고, 거래의 결제 및 이행이 보증되어 계약불이행 위험이 거의 없다는 특징이 있다.
통화옵션은 미래의 특정 시점에 외화를 미리 약정한 행사 가격으로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것으로 기업의 주요 환리스크 헤지 수단으로 사용된다. 이 거래는 선물환이나 통화선물에 비해 거래비용이 적고 여러 옵션상품 및 기초자산과 합성하여 새로운 파생상품의 개발이 가능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미래 일정 시점에 주어진 환율로 외국 화폐를 판매할 권리를 갖는 것을 풋옵션이라고 하고, 반대로 외국화폐를 매입할 권리를 갖는 것을 콜옵션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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