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원리

유치산업 보호론과 교역조건 악화설

by 부자 되기 2022. 7. 9.
반응형

유치산업 보호론과 교역조건 악화설

 

개발도상국들은 공업화를 통해 빠른 경제성장을 달성하고자 했다. 공업부문의 경쟁력이 낮은 개발도상국들은 공업화를 위해 자유무역보다는 보호무역이 더 나은 정책이라고 생각했다. 보호무역이 필요하다는 논리적 근거 중 하나는 공업부문의 외부효과이다. 또 다른 이론적 논거는 유치산업 보호론과 교역조건 악화설이다. 유치산업 보호론과 교역조건 악화설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trade

 

1. 유치산업 보호론의 내용

유치산업 보호론 (infant industry argument)이란 유치산업이 일정 수준으로 성장할 때까지 일정기간 동안 보호한 후 자유무역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유치산업은 아직 성숙하지 못한 어린 산업을 말한다. 리스트 (F.List)는 무역정책이 각 경제발전 단계에 따라 달라야 하며, 후진국은 공업화를 위해 유치산업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유치산업 보호론에서는 어린 산업 모두를 보호 대상으로 보지는 않는다. 보호 대상이 되는 유치산업은 다음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외부 경제가 있는 산업이어야 한다. 외부 경제가 있는 경우에는 시장실패로 인해 과소 생산이 이루어지므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보호무역정책이 정당화될 수 있다. 둘째, 일시적인 보호 후에는 국제경쟁력을 갖게 되고, 나아가서 개방 후에 얻은 이득이 보호기관 동안 입은 손실을 보상하고 남음이 있는 산업이어야 한다. 유치산업이 일정기간 보호 후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밀의 테스트(Mill's test)라고 하고, 보호 후 얻은 후생 중 베스터블 테스트(Bastable's test)라고 한다. 이처럼 유치산업 보호론에서 정의한 유치산업이란 미숙한 산업 모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전망이 확실한 산업만을 지칭한다.

유치산업 보호론은 정태적인 측면이 아니라 동태적인 측면에서 비교우위를 고려하고 있다. 즉, 현재 상태의 비교우위가 아니라 미래 잠재력에 근거한 비교우위를 주장한다. 유치산업 보호론에 의한 공업화 전략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현재 농업 부문에 비교우위가 있는 개발도상국도 외부 경제가 있는 공업부문을 일정기간 보호하면, 공업부문에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공업부문에는 외부 경제가 있으므로 공업부문에서 얻어진 경험에 의한 학습효과가 다른 산업에 파급되어 경제 전체의 생산량이 증가해간다. 그러므로 후진국은 공업부문을 보호함으로써 공업화를 달성하고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게 된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독립 초기에 원료를 수출하고 당시 선진공업국이던 영국 및 유럽 국가들로부터 공산품을 수입하는 무역패턴을 갖고 있었으나, 보호를 통해 공업 부문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하였고 성공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하였다. 산업화가 늦었던 독일이나 일본도 보호무역을 통해 공업화에 성공하였다. 이처럼 선진국 중에서도 적절한 보호무역을 통해 공업화에 성공한 국가들이 있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도 유치산업 보호의 예가 될 수 있다. 초기에 한국은 자동차의 수입을 금지하였고, 한국 자동차산업이 경쟁력을 갖게 된 후 수입을 개방하였다. 만일 한국이 초기에 자동차 시장을 개방하였다면, 외국차가 국내 자동차 시장을 점유하게 되어 국내 자동차 산업의 육성아 불가능했을 것이다. 외국 자동차 수입이 금지된 동안에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국내 수요를 기반으로 자동차의 생산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이후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2. 유치산업 보호론의 한계

유치산업 보호론은 하나의 경제발전정책으로서 타당한 논리를 가지고 있지만, 경제학자들은 이 정책의 효과에 대해서 신중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유치산업 보호론은 성공 사례보다는 실패 사례가 훨씬 많다. 유치산업 보호론을 통한 경제발전이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어떤 산업을 유치산업 보호의 대상으로 선정할 것인가가 쉽지 않다. 정부가 보호 대상이 되는 산업을 선정할 능력이 있는가의 문제다. 일반적으로 정부는 민간 기업보다 시장 상황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고 사업의 실패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사업 선정에서 정확성을 기하기가 어렵다. 만일 정부가 유치산업을 잘못 선정하면 보호 비용만을 부담하게 된다. 인도나 파키스탄은 수십 년 동안 중화학공업을 육성하였으나, 이들 국가의 주요 수출품은 중화학공업 제품이 아니라 경공업 제품이다. 한국이 일찍이 1960년대에 자동차 선업을 보호, 육성하였다면 당시 기술과 자본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수출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과 자본이 어느 정도 축적된 1970년대 중반 이후 산업정책이 실시되었기 때문이다. 어느 시기에 어떤 산업을 보호할 것인가는 어느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둘째, 어떤 산업을 보호하여 국제경쟁력 확보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반드시 보호의 타당성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보호가 없었어도 이 산업이 성공할 수 있었다면 보호기간 동안의 비용은 불필요한 손실일 뿐이다. 또 유치산업 보호비용을 다른 산업에 지출하였다면 그 산업이 더 크게 성공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1970년대부터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 철강,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 중화학공업제품이 주요 수출상품이 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유치산업 보호론의 성공사례로 보는 견해가 있는 반면,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이 없었더라도 한국의 성장과정에서 자본과 기술이 축적되어 산업구조가 중화학공업부문으로 전환되었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후자는 어떤 국가의 산업별 경쟁력은 산업정책보다는 그 국가의 부존자원과 기술 수준 등의 시장의 힘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이다.

셋째, 정책결정의 정치적 과정 때문에 유치산업을 일시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어렵다. 유치산업 보호는 일시적이어야 하지만, 역사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어떤 산업의 보호를 철폐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국제경쟁력의 확보 여부와는 관계없이 보호를 받는 산업은 보호를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보호를 주장한다. 따라서 보호를 철폐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정책수단의 선택 문제다. 어떤 산업이 유치산업으로 성공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산업 보호수단으로 관세보다는 생산 보조금 정책이 더 낫다. 관세는 소비 비용이 발생하고, 또 불필요한 보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에 보조금 정책은 소비 비용이 없고, 예산이 투입되므로 항상 정책 효과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 불필요한 보호가 철폐되기 쉽다.

 

3. 교역조건 악화설

프레비쉬 (R. Prebish) 등에 의해 주장된 교역조건 악화설은 역사적으로 1차 상품의 교역조건이 공산품에 비해 악화되어 왔다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은 주로 1차 상품을 수출하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의 교역조건은 점차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즉 자유무역으로는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경제발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호를 통한 공업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개발도상국의 교역조건이 악화되는 이유에는 다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노동시장의 상황이 선진국 후진국 간에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노동조합이 활성화되어 생산성의 증가가 임금인상과 이윤 증대로 흡수되어 가격 하락이 일어나지 않는 반면, 개발도상국의 경우에는 실업률이 높고 노동조합이 발달되지 않아 생산성 증가가 임금인상에 반영되지 않고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개발도상국의 교역조건이 악화되어 간다. 

둘째, 개발도상국 수출품인 농산품에 대한 소득탄력성이 낮기 때문이다. 즉, 소득이 증가하더라도 소득탄력성이 낮은 농산품에 대한 수요 증가는 크지 않다. 경제발전에 따라 소득이 높아지면 농산품에 대한 수요보다는 공산품에 대한 수요가 더 많아지고, 그 결과 공산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올라간다. 따라서 농산품을 수출하는 개발도상국의 교역조건이 나빠진다. 이와 같은 이유로 개발도상국의 교역조건이 나빠지면,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소득 격차는 더욱 확대된다. 개발도상국들은 교역조건 악화로 인한 소득 감소를 방지하고 경제발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업화를 지향하는 보호무역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프레비쉬 가설에서 농산품의 교역조건 문제를 개발도상국의 문제로 보는 데는 문제가 있다. 현재 신흥공업국들은 대부분 공산품을 수출하고 있고, 선진국도 1차 상품을 수출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도 총수출에서 공산품의 수출 비중이 90% 이상이다. 그러므로 농산품 가격 하락으로 인해 교역조건이 나빠진다는 프레비쉬 가설을 개발도상국들이나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4. 유치산업 보호론에 대한 마무리 멘트

유치산업 보호론은 현재 경쟁력이 없지만 미래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산업을 일정기간 보호하면 생산과 후생이 증가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유치산업을 찾아내기 어렵고, 보호의 수단으로는 관세 등 무역정책보다는 국내 정책이 바람직하며, 보호의 기간이 불필요한 게 장기간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잘못 선택된 유치산업 보호보다는 자유무역이 바람직하다.

국제 경제론은 공부를 할수록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반응형

'경제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방과 경제 성장  (0) 2022.07.10
수입대체정책과 수출지향정책  (0) 2022.07.10
국내시장 왜곡과 공업화  (0) 2022.07.09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재음미  (0) 2022.07.08
국제시장가격과 교역조건  (0) 2022.07.0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