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자본 이동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저번 글에는 생산요소 중 노동에 대한 국가 간 이동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았다. 이번 글에는 생산요소 중 국가 간 자본이동과 이것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자.
1. 국제 자본이동의 유형
자본의 이동은 노동의 이동보다 훨씬 자유롭다. 자본은 수익률이 높은 곳을 찾아 다른 국가로 쉽게 이동한다. 여기서 말하는 자본은 기계나 공구와 같은 자본재가 아니라 자본의 대부와 차입과 같은 금융거래를 뜻한다.
국제 자본이동은 경영권의 융합 여부에 따라 국제 포트폴리오 투자와 해외 직접투자로 구분된다. 국제 포트폴리오 투자는 경영권과 관계없는 외국의 채권 또는 주식과 같은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를 말하며, 이를 간접투자라고 한다. 반면에 해외 직접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 : FDI)는 경영권을 수반하며, 공장, 자본재, 토지 등과 같은 실물 자산에 대한 해외 투자를 말한다. 해외 직접 투자는 일반적으로 외국에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외국의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전자를 그린필드 해외 직접투자 (Green Field FDI)라고 하고, 후자를 브라운 해외 직접투자 (Brown Field FDI)라고 한다. 해외 직접투자는 주로 다국적 기업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런데 국제 포트폴리오 투자와 해외 직접투자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외국인이 포트폴리오 투자로 주식을 매입하더라도 그 양이 일정 비율을 초과하면 경영권을 확보한 직접투자가 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주식을 보유해야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가는 기업의 주주비율에 따라 다르다. 미국 통계청은 외국인이 어떤 회사의 주식을 % 이상 매입하면 경영권을 가진다고 보고, 이를 직접투자로 분류한다.
2. 국제 자본이동의 동기
국제 포트폴리오 투자의 동기는 해외에서 높은 수익을 얻는 데 있다. 따라서 국가 간 수익률의 차이가 자본이동의 주요 원인이 된다. 어떤 국가의 채권수익률이 높으면 다른 나라 사람들도 그 국가의 채권을 구입한다. 채권수익률에 차이가 있는 한 이러한 자본이동이 계속될 것이고, 궁극적으로 양국의 채권수익률은 같아진다.
그런데 자본은 반드시 수익률이 낮은 국가에서 높은 국가로 이동하지만은 않는다. 채권수익률이 높은 국가에서 낮은 국가로 자본이 이동하기도 한다. 두 국가가 서로 상대국에 투자하는 것을 교차 투자라고 한다. 교차 투자가 발생하는 이유는 위험 분산을 위해서다. 여기서 위험이란 채권 가격이나 증권 가격의 변동성을 말한다. 투자자들은 수익률의 변동성 완화하여 위험을 최소화시키려고 한다. 예를 들어, A국 채권은 수익률이 높으나 변동성이 크고, B국 채권은 수익률이 낮으나 변동성도 작다면, 투자자는 이 두 증권 모두를 구입함으로써 위험을 감소시키고자 한다. 위험 분산을 목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국가로도 자본이 이동해 간다.
국가마다 경제상황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두 나라의 채권 가격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변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자국의 유가증권만을 보유하는 것보다 외국의 유가증권을 함께 보유함으로써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따라서 한 국가의 수익률이 낮더라도 위험을 분산할 목적으로 그 국가의 증권을 구입하는 해외투자가 발생한다.
해외 직접투자는 대부분 ㄷ국적기업에 의해 이루어진다. 다국적 기업(Multinational Enterprises : MNE)이란 적어도 두 국가 이상에 자회사를 가지고 있고 국제적으로 경영활동을 하는 기업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비용이 가장 낮은 곳을 찾아 생산을 하는데, 다국적 기업은 비용이 가장 낮은 곳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생산을 한다는 점에서 비용 절감이 유일한 목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국적 기업이 발생하는 이유는 크게 다음의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자국에서 생산하여 해외로 수출하는 것보다는 해외에서 생산하는 것이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이는 입지의 문제다 외국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이 유리한 이류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의류와 같은 노동 집약재를 생산하는 기업은 김금이 낮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같은 지역에 자회사를 설립하면 외국의 낮은 임금을 이용할 수 있다. 또 운송비를 절약하고 관세장벽을 회피하거나, 또 그 국가의 넓은 시장을 활용하기 위해 다국적 기업이 형성되기도 한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운송비를 절약하고 그 국가의 넓은 시장을 활용하기 위함이다. 또 외국의 부존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다국적 기업이 형성되기도 한다. 철강은 철광석이 풍부하거나 전력 등 에너지 비용이 낮은 곳에서 생산되고, 반도체 설계는 고급 인력이 밀집된 캘리포니아 실리콘 밸리 같은 지역에서 이루어진다. 이처럼 임금, 무역 장벽, 시장, 부존자원 등의 입지적 특성 때문에 다국적 기업이 형성된다.
둘째, 외국의 다른 기업에 위탁 생산하는 것보다 자회사를 설립하여 직접 생산하는 것이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내부화의 문제다. 내부화란 원자재, 중간재, 기술 등을 시장 거래에 의존하지 않고, 외국에 자회사를 설립하여 기업 내 거래로 통제하는 것을 말한다. 내부화에는 기술의 내부화와 수직적 통합에 의한 내부화가 있다.
먼저 기술의 내부화란 모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외국의 다른 회사에 라이선스 형태로 이전하지 않고, 해외에 자회사를 설립하여 직접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기술을 다른 기업에 파는 일은 쉽지 않다. 복잡한 기술을 서류를 정리하기가 어렵고, 어떤 기술은 사람들에게 체화되어 있어서 다른 기업에 팔 수가 없다. 그리고 기술은 그 유용성이 불확실하여 가격 책정이 어렵다. 또 지적재산권 제도가 약한 국가의 기업에게 기술을 판 경우에는 그 기술이 다른 기업에 문단으로 복제될 위험이 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기술을 팔기보다는 내부화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면 다른 국가에 자회사를 설립하여 직접 생산한다. 다음으로 수직적 통합에 의한 내부화는 부품 기업과 최종재 기업을 하나의 회사로 결합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원자재나 중간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부품 회사와 최종재 회사가 서로 독점적 위치에 있다면, 부품회사는 부품 가격을 높이고자 할 것이고, 최종재 회사는 부품 가격을 낮추고자 할 것이므로 가격이 불안정해진다. 두 회사가 수직적으로 결합된 하나의 회사로 묶이면, 자회사에서 부품이 안정적으로 조달되어 공급의 불안정성이 줄어든다. 이것이 수직적 통합에 의한 내부화 이익이다. 개발도상국 자연자원에 대한 선진국의 직접 투자는 다국적 기업 형태로 운영하는 것도 수직적 통합의 일종이다. 본국에서 주요 부품을 조달하고 현지에서 조립 생산하기 때문이다.
3. 세계 해외 직접투자의 변화
세계 전체 해외 직접투자는 1980년대 중반 이후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였다. 1985~97년 기간에 무역의 연평균 증가율은 6% 임에 비해, 해외 직접투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13%로 해외 직접투자가 무역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증가하였다. 1980년대 이후 해외 직접투자가 빠르게 증가한 것은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에서도 자본의 유출과 유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였고, 개도국에서 해외 직접투자 유치를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시하였기 때문이다.
해외 직접투자의 세계 총규모는 1995년 약 4,000억 달러에서 2015년 2조 달러까지 증가하였고, 이후 감소하여 2018년에는 1.3조 달러이다. 대상국별 투자규모를 보면, 2010년 이전에는 주로 선진국에 집중되었으나, 이후 개도국으로의 투자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2018년에는 전체 투자의 54%가 개도국으로 투자되고 있다. 해외 직접투자가 선진국에 집중되었던 이유는 투자자들이 위험성이 적은 선진국을 선호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8년에는 개도국으로의 투자가 선진국보다 많다. 개도국 정북 해외 직접투자 유치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적극적 정책을 실시한 결과이다.
해외 직접투자액은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자만, 200년 이후, 2007년 이후, 2015년 이후의 기간에는 급속히 감소하는 등 변동 폭이 심하다. 해외 직접투자는 국제경제 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해외 직접투자는 투자 유입국보다는 투자국의 여건이 더 중요하다. 투자국의 경기가 나쁘면 투자할 자본 여력이 줄어서 해외 직접투자가 감소하게 된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선진국 경기가 나빠지면서 투자 여력이 위축되어 해외 직접투자 총액이 크게 감소하였다. 물론 투자대상국의 경기가 나쁘면 투자수익률이 낮아지므로 외국에서 유입되는 자본이 줄어든다. 하지만 그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해외 직접투자 유입 스톡과 유출 스톡 모두에서 선진국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점차 선진국의 비중은 줄어들고, 개도국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유출과 유입 중에서 선진국은 유입보다는 유출의 비중이 더 높고, 개도국은 유출보다는 유입의 비중이 더 높다. 이는 자본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선진국에서 자본이 최소한 개도국으로 자본이 이동함을 말해준다. 세계 전체적으로 해외 직접투자 스톡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4. 한국 해외 직접투자의 유입과 유출
한국은 1999년과 2000년에 외국인 직접투자의 국내 유입액 규모가 다른 해에 비해 매우 크다. 이는 당시 IMF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외국인 투자촉진법을 제정하여 투자유치에 적극 나셨고, 또 구조조정 과정에서 우리 기업이 외국인에게 매도됨에 따라 해외 직접투자 유입액이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1999년에 110억 달러, 2000년에 102달러의 외국인 직접투자가 유입되었고, 이후 연도별로 변동하지만 전반적으로 소폭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해외 직접투자 유출은 1990년 11억 달어에 불과하였으나, 2018년에는 497억 달러까지 증가하였다. 특히 2006년부터는 유출액이 유입을 초과하였으며, 이후 유출액이 유입액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주요 투자대상국은 미국과 중국이다. 특히 중국은 수교가 이루어진 1990년대부터 한국의 가장 중요한 해외 직접투자 대상국으로 부상하였다.
해외 직접투자는 무역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본국의 모회사와 해외 자회사 간의 거래를 유발하여 무역을 증가시키고, 또 해외 자회사가 제3 국과 무역을 하면서 제3 국과의 무역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한국 해외투자기업이 무역에 미치는 효과는 보면 수출액은 한국이 현지법인으로 수출한 금액이고, 수입액은 현지법인으로부터 한국이 수입한 금액이다. 2017년 한 해 동안 현지법인으로의 수출은 2,637억 달서, 현지법인으로부터의 수입은 1,236억 달러로 순 수출액은 1,401억 달러나 된다. 한국의 해외 직접투자 기업은 수입보다는 수출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현지법인을 통한 수출입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모든 지역에서 수입보다는 수출이 많다. 수출입액의 규모는 아시아 지역이 크지만, 순 수출액 규모는 북미와 유럽지역이 크다. 아시아 지역의 수출입액 규모가 큰 것은 한국이 아시아 지역으로의 직접 투자액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해외 직접투자 기업을 통한 수출액이 아시아 지역으로는 1,257억 달러이고, 북미는 858억 달러, 유럽은 329억 달러이다. 그런데 순 수출액 규모든 북미가 832억 달러, 유럽이 296억 달러이다. 그런데 순 수출액 규모는 북미가 832억 달러, 유럽이 296억 달러인데 비해, 아시아는 110억 달러에 불과하다. 중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의 직접투자보다는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으로의 직접투자가 수출에 더 큰 효과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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